- 歌曲
- 时长
简介
서늘한 날들의 기록, 슬로보트 1집 [섬광] 저녁 무렵, 모퉁이를 돌았을 때 마주친 작은 창가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를 들은 적이 있다. 누군가의 내밀한 순간을 나도 모르게 엿들은 듯해서 미안했지만 어쩐지 뜻밖의 선물을 받은 듯 기뻤던 것도 사실이다. 그저 소박하고 단순한 목소리일지라도 잘 가꾸어진 누군가의 내면을 들여다보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이 앨범에는 이제 막 모퉁이를 돌아 만난 우연한 음악이 가진 무엇이 있다. 담담히 흘려 보낸 지난 사랑의 기억(유성우), 옛 연인과 오랜만에 재회했을 때의 애틋하고 씁쓸한 마음(옛 봄), 차가운 저녁에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은 말(1월 저녁). 어쩐지 어감과 다르게 화창하지만은 않았던 우리들의 청춘에 대한 단상(청춘). 이 노래들을 들을 때면 스탠드만 하나 켜진 방안에서 자신의 속내를 조용히 털어놓는 친구를 만난 듯 귀를 기울이게 된다. 스푸트니크 2호에 실려 검은 우주에서 쓸쓸하고 고통스럽게 죽어간 우주개 라이카를 기억하는 노래 ‘라이카의 밤’을 들으면 그것이 단지 개의 이야기로만 들리지는 않는다. 우리 또한 때로 밤이 끝나지 않는 우주에서 표류하는 것 같은 슬픔을 느낄 때가 있었기 때문이다. 서툰 멜로디언 소리와 함께 끌려들어간 작은 우주선 안에서 라이카의 눈으로 바라본 우주는 처연하다. 그것은 ‘고릴라의 뒷모습’도 마찬가지이다. 이 모든 것들은 하나의 우화이다. 쓸쓸히 돌아앉은 동물원 고릴라의 뒷모습에서 인간 삶의 무게를 본다. 일렉 기타가 쓰인 노래들은 의도한 듯 비일상적이고 흐드러진 풍경을 보여준다. 사랑하는 연인과 함께 했을 때 눈앞에 펼쳐지는 모든 풍경이 그렇고(비밀의 언덕), 실비아 플라스 시인이 떠오르는 노래 제목처럼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사랑이 그렇다(실비아). 복고적인 멜로디에 펼쳐진 거친 질감의 단편 영화 같은 ‘우리의 주소는 밤이라네’, 싱긋 웃음이 나오는 가사에서 언뜻 B급 감성을 엿볼 수 있는 ‘될 대로 되라지’ 는 앨범의 다양한 얼굴을 보여준다. 이 앨범은 슬로보트가 직접 찍은 62개의 필름사진, 틈틈이 써 내려간 여섯 개의 단편 소설이 들어있는 독립 출판물과 동시에 발매되었다. 다정하기로 마음먹은 사진과 모호하고 아련한 정서의 단편소설들. 이미지와 문학. 언뜻 연관 없어 보이는 두 개의 접점에 이 노래가 있다. 이 세 장르의 창작물들은 조금씩 겹쳐진 채 서로를 반영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마음에 섬광을 품을 것. 그리고 그것을 지키자.] 누군가가 오랫동안 마음에 품어왔던 섬광을 지켜 보아주고 싶다. 그것이 반짝, 우리의 섬광을 일깨울지도 모를 일이다. Credit 작사, 작곡 / 슬로보트 노래 / 슬로보트, 단야와 송세연(될 대로 되라지) 프로듀스 / 슬로보트, 단야, 송세연, 어쿠스틱 기타 / 송세연, 슬로보트(옛 봄) 일렉 기타 / 송세연 코러스 / 단야(유성우, 고릴라의 뒷모습, 옛 봄, 라이카의 밤), 슬로보트(비밀의 언덕, 우리의 주소는 밤이라네) 비올라 / 나지현 휘파람 / 송세연 멜로디언 / 슬로보트 레코딩 / 은현호 (리몬 스튜디오) 믹싱, 마스터링 / 유형석, 은현호 (리몬 스튜디오) 표지 일러스트, 커버 디자인 / 단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