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歌曲
- 时长
简介
서툰, 서두르지 않는 아무 수식 없는 세 글자 이종민은, 낯설다. 하지만 그 이름 석 자 앞에 장기하와 얼굴들, 서울리딤슈퍼클럽, 노선택과 소울소스, 킹스턴 루디스카가 붙으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록에서 스카, 레게에서 소울까지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특유의 동물적 감각으로 리듬 위 멜로디를 그려나가던 그가 자신의 이름을 내세운 첫 번째 앨범 ‘이종민’을 내놓았다. 결과물은 예상과 사뭇 다르다. 다양한 장르를 섭렵한 데뷔 10년 차 키보디스트로서의 폭발하는 자아가 아닌 평범과 비범 사이를 오가며 서른 세 해를 살아온 이종민이라는 사람이 두런두런 들려주는 외로운 도시의 이야기가 뼈대다. 앨범은 우리가 모르는, 하지만 우리와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사람의 삶과 지금을 느긋하게 어루만진다. 성악을 전공한 어머니의 오디오에서 흘러나오던 컨트리 음악, 교회에서 친구들과 함께 맞추던 찬송가 하모니, 신승훈과 김건모가 유행하던 시절의 TV 가요 프로그램, 대학 입시를 위한 익숙한 재즈와 클래식 선율들, 군기 바짝 든 군악대 연주, 미사리에서 밤마다 들려오는 흘러간 가요와 팝송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이라면 한 번쯤 스쳐 지났을 법한 이 익숙하고 빤한 순간 순간에, 이종민이 있었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얌체공 같은 여정이었지만 이종민의 곁에는 언제나 키보드와 음악이 있었다. 한국에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이 거칠 수 있는 대부분의 영역을 모두 섭렵한 그가 마침내 흘러들어온 홍대에서의 활약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그대로다. 누군가의 BGM이 아닌 나만의 소리를 내고 싶다는 욕심은 장르를 초월한 다양한 밴드에서의 활약으로 이어졌고, 곧이어 나만의 음악을 세상에 들려주고 싶다는 욕망으로 발전했다. 수 년 간 쌓인 노래들을 마치 ‘밀린 숙제 해결하듯’ 밀어냈다. 삶의 흐름에 굳이 거스르는 일 없이, 눈앞에 주어진 운명에 몸을 맡긴 사이 이곳에 다다른 것이다. 다소 한가하다 싶으면서도 어딘가 무척 낭만적으로 들리는 이 이야기는 이종민이 처음으로 선보이는 결과물이 담고 있는 정서와도 일맥상통한다. 바람이 불고 물이 흐르듯 차분히 흘러가는 앨범은 이종민이라는 사람이 살아온 시간과 그 시간이 남긴 지금의 흐름을 큰 꾸밈 없이 명료하게 담아낸다. 앨범에 수록된 총 11곡의 노래들은 참으로 신기하게도 그가 태어나 지금까지 듣고 연주해 온 모든 음악들의 영향 아래 놓여 있다. 인기 가요에서 가스펠, 올드팝, 레게, 빈티지록의 색채까지. 어떤 장르다 정확히 나누어 구분 지을 수는 없어도 담은 소리 그대로 곳곳에 스며들어 한 곡 한 곡이 완성된다. 레게와 올드팝의 묘한 변종처럼 느껴지는 첫 곡 ‘가겠소’, 댄스 플로어를 연상하며 만들었다는 후주의 잼 파트에서 덥 사운드의 짙은 향기가 느껴지는 ‘비틀비틀’, 소중한 누군가를 향한 작은 위로의 손짓이 살랑이는 ‘밤하늘의 불빛’과 짧은 연주곡 ‘기도’ 등. 그의 삶 어떤 곳에서 어떤 노래가 씨를 뿌리고 싹을 틔웠을지 상상해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화려하거나 소란스럽지는 않지만, 자신이 이곳에 있다는 걸 잊지 말아 달라는 듯 계속해서 흐르는 느린 신호. 조금 서툴게 느껴지는 부분들조차 서두르지 않아 따뜻한 온기가 그대로 전해오는 노래들이 있다. 아직 하고 싶은 것이 너무 많아 빨리 이 앨범이 잊혀졌으면 좋겠다는 몽니를 부리는 이종민의 첫 앨범은 그런 노래들의 모음집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 우리 삶은 그런 노래들이 전하는 온기에 의해 구원받고 위로받으며 다시 앞으로 나아갈 기운을 얻어왔다. 훈훈한 한 철을 품에 안고, 우리의 시간은 다시 또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