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歌曲
- 时长
简介
장사익 10집 「사람이 사람을 만나」 1993년 전주대사습놀이와 1996년 KBS 국악대상 등 국악으로 먼저 자신의 음악 경력을 시작한 장사익이 대중음악계에 모습을 드러낸 것은 1994년 첫 번째 소리판 ‘하늘 가는 길’을 통해서였다. 여기서 수록곡 <찔레꽃>이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그로부터 어느덧 30년의 세월이 흘러갔다. 유장한 세월 동안 이런저런 사정이 없을 리 없겠지만 그래도 소리판은 이어졌고, 후속작인 1997년의 2집 「기침」에서 최근작인 2018년의 9집 「자화상」까지 모두 9장의 앨범이 세상에 나왔다. 그리 급하지도 느리지도 않은, 느긋하면서도 진득한 걸음걸이였다. 팬데믹을 넘어, 사람이 사람을 만나 이번 앨범의 제목은 「사람이 사람을 만나」이다. 지난 2022년 가을 코로나 팬데믹의 시간을 건너 4년 만에 세종문화회관 무대에 올렸던 소리판의 제목이 그대로 앨범의 제목이 되었는데 당시 공연에서 선보였던 신곡들을 음반에 실었다.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마종기 시인의 1991년 시집 《그 나라 하늘빛》에 실려 있는 시 ‘우화의 강’의 첫 구절에서 가져왔다. 온전한 시는 노래의 가사로 만날 수 있다. 전체적인 구성은 전작에서도 여러 차례 보여준 익숙함을 택했다. 총 8곡이 옹골차게 담겼는데 그중 4곡은 시에서 가사를 취해 장사익이 곡을 엮었고, 나머지 4곡은 기존 곡들의 리메이크다. 첫 곡 <뒷짐>은 한상호의 시에서 제목과 노랫말을 가져왔다. ‘아무래도 외로운가 봅니다. 한 손으로 남은 길 가기가’라는 짧은 단시가 그대로 노래가 되었다. 이어지는 3곡은 각각 서정춘, 마종기, 허형만의 시에서 가사를 취했는데, 이들 세 사람은 장사익의 이전 노래에서 이미 만난 적이 있는 친숙한 이름들이다. 서정춘은 4집의 <여행>에서, 허형만은 같은 앨범의 <아버지>와 3집의 <파도>에서, 마종기는 8집의 <상처>에서 만났었다. 후반부의 4곡은 기존 가요들의 리메이크다. <어차피 떠난 사람>은 1980년 한민이 불렀던 것이 원곡이고, <대답이 없네>는 1967년 박영이 불렀던 곡. 이어지는 <나는 가야지>는 김석야 작사/손석우 작곡의 노래로 1959년 영화 《꿈은 사라지고》에서 여주인공 문정숙이 직접 불렀던 주제곡이다. 끝 곡 <황성옛터>는 두말할 것도 없는 가요사의 명곡이다. 왕평 작사/전수린 작곡으로 일제시대 이래 이애리수, 남인수, 이미자, 배호, 조용필, 패티김, 심수봉 등 많은 가수들이 앞다투어 불렀던 바로 그 곡이다. 크레딧을 살펴보면 전작에 참여했던 이름들이 대부분 그대로 보인다. 재즈 기타리스트 정재열이 이번에도 음악감독과 편곡을 맡으며 기타를 연주했고, 모듬북의 고석용, 콘트라베이스의 정영준, 건반의 앤디킴, 드럼의 박현민, 타악기의 신승균과 최영호, 해금의 하고운, 아카펠라 그룹 솔리스츠까지 모두 전작에 함께 했던 동료들이다. 트럼펫을 연주한 최선배의 이름도 마찬가지. 힘 빼고 편안하게 부른 강물 같은 노래들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대답이 없네>는 실은 장사익이 이번에 처음 부른 노래는 아니다. 시간을 많이 거슬러 올라 1970년 김동아의 <남포동 부루스>가 타이틀곡이었던 작곡가 한동훈의 작곡집(옴니버스 앨범)에서 장사익이 장나신이라는 예명으로 불렀던 적이 있다. 아는 사람만 알고 모르는 사람이 훨씬 많은 일화지만, 이를 아는 주변 지인들이 한 번 더 불러보라 성화를 해서 50년이 넘게 지나 다시 불러본 곡이라고. 이번 앨범에서는 과거 여러 곡에서 들을 수 있었던 진성의 폭발적인 절창은 만날 수 없다. 대신 한결 편안하고 여유로운 원숙미가 자리했다. 그의 나이도 이제 어느덧 70대 중반에 이르렀고 나이 먹은 티는 노래에 그대로 배어난다. 그는 여전히 살아있고 노래하고 있음에 감사하며 그런 흔적 하나쯤 남기고 싶은 소박한 마음으로 음반을 준비했다 말한다. 평온함이란 어쩌면 순응에서 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자연에 순응하고 세월에 순응하는 그런 것 말이다. 그렇게 다다른 평안은 체념과는 다른 것이어서 충분히 아름답다. 장사익의 10번째 앨범 「사람이 사람을 만나」는 그것을 넌지시 일깨워준다. 물결이야말로 절대로 거스를 수 없는 것이니 ‘우화의 강’의 첫 구절이 앨범의 제목이 된 것은 우연만은 아닐 것이다. “긴 말 전하지 않아도 미리 물살로 알아듣고 몇 해쯤 만나지 않아도 밤잠이 어렵지 않은 강~” 장사익은 살면서 ‘우화의 강’에 나오는 이런 강 하나 가슴에 품고 살고 싶었고 그 마음을 온전히 앨범에 담았다. 정일서(KBS 라디오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