简介
‘거인’의 4번째 앨범 [y] ‘거인’이 소집해제 후 4번째 EP 앨범으로 돌아왔다. 인간 삶의 5가지 본질적 명제들에 관하여 논한 5곡이 수록된 이번 EP는 한층 더 성숙한 ‘거인’의 생각과 소리를 들려줄 것이다. Mastered by LANDR Cover Designed by 고한솔 [Commentary] 원래 음악하는 사람은 음악으로 말을 하는 거라고 생각해서 제 생각은 잘 쓰지 않았는데요, 이번 앨범은 오래 준비하기도 했고 혹시 읽어보시면 더 깊이 음악을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어 몇 자 적어봅니다. 음악을 먼저 들어보시고 나중에 더 궁금하실 때 읽어보시면 좋겠습니다. 이번 앨범은 삶에 대한 실존주의적 명제 5가지를 주제로 잡아 만들어진 앨범입니다.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했던 시간 동안 쳇바퀴 굴러가듯 반복되는 삶에서 이성친구와도 헤어지고 종교도 버리게 되면서 많은 생각과 고민을 하게 되었는데 그 영향을 많이 받은 앨범입니다. 앨범의 제목인 [y]는 제 예명인 ‘KeoYin’에도 들어가고 제 본명의 영문 표기에도 많이 들어가는 ‘y’를 사용했고 최대한 작고 약한 느낌이 들길 바라며 소문자로 적었습니다. 발음도 ‘Why’기 때문에 ‘왜 우리 인생은 고통스러운가’라는 의미도 담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곡의 제목들은 최대한 겹치지 않는 서로 다른 언어들로 적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한문, 한글 (괴상한 의성어), 영어, 모스부호, 숫자로 되어있는 제목들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곡마다 그 곡의 주제가 된 명제를 쓰고 만들면서 겪었던 일들이나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어보겠습니다. 01 - 虛無歌 (작사 : 거인 / 작곡 : Yinst.) ‘인생은 결국 허무하다.’ 앨범 중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비트에 쓴 곡입니다. 우연히 Sound Cloud에서 ‘김심야’ 님의 어떤 곡을 듣고 ‘아, 이렇게 단순하게 토하듯이 음악 할 수도 있는 거구나’라는 걸 깨닫고 만든 비트였습니다. 후에 슬럼프를 겪으면서 더 이상 비트를 만들 수 없고 음악을 할 수 없을 것 같아 다른 사람에게 넘겼지만 그 친구가 곡을 꽤 오랜 기간 동안 완성하지 못하고 있던 와중에, 변심한 제가 다시 비트를 돌려달라고 해서 완성한 곡입니다. 그 땐 이 정도 수준의 비트를 다시는 못 만들 것 같았거든요. ‘虛無歌(허무가)’라는 제목은 Verse 1의 맨 앞 가사인 ‘허무가 우리 삶의 본질이라면…’에서 따와 중의적인 의미를 담았습니다. [잡초] 앨범의 ‘가사장이’라는 곡 제목을 ‘가사장이 태양이었다면 내 눈은 이미 멀었겠지’라는 가사에서 따온 것과 똑같은 방법이었습니다. 02 - 웱 (Feat. 일랑) (작사 : 거인, 일랑 / 작곡 : Yinst.) ‘자유엔 책임이 따른다.’ 아마도 앨범에서 가장 마지막으로 만들어진 비트일겁니다. 만들면서는 멍한 상태에서 취한 느낌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좋은 비트인지 확신이 없었는데 만들고 나니 정말 좋은 비트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비트의 가제가 ‘토악질’이었기 때문에 ‘웱’이라는 제목과 ‘삶의 책임감에 구토가 나온다’는 주제가 동시에 금방 나왔습니다. 비트와 어울릴 것 같아서 ‘일랑’에게 피쳐링을 부탁했고 일랑은 금방 가이드를 녹음해서 들려줬는데 제가 원했던 빠르고 비트를 쪼개는 식의 랩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일랑의 창작 의도가 명확해서 그대로 녹음하여 앨범에 싣게 되었습니다. 제 랩 부분이 한 번에 녹음이 잘 돼서 믹싱할 때 싱크 수정이나 재녹음 등의 신경을 안 써도 돼서 좋았습니다. 03 - Untitled (Feat. 알파칸더장곡(APKN)) (작사 : 거인, 알파칸더장곡(APKN) / 작곡 : Yinst.) ‘자신이 누군지 아무도 모른다.’ 좋은지 제일 확신이 없었던 비트였습니다. 그래서 수정도 많이 거쳤는데 이상하게도 다른 사람들은 다 좋다고 꼽았기 때문에 버리지 않고 앨범까지 가져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이 비트를 특히 좋게 들었던 ‘알파칸’에게 피쳐링을 맡겼는데 그 친구의 ‘바다’라는 곡 같은 느낌을 내달라고 제가 주문했고 고맙게도 잘 해준 것 같습니다. 시작 부분이나 클라이막스 부분에 필터나 리버브, LP판 사운드 같은 것을 넣어 최대한 아날로그적인 느낌을 주려고 노력했는데, 그래서 믹싱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은 것 같습니다. 중간에 제가 랩을 너무 낮은 음으로 짰다는 걸 깨닫고 곡 전체를 반음 올렸는데 결과적으로 좋은 선택이 되었고, 다 만들고 나니 제 첫인상과 달리 듣기 괜찮은 곡이 된 것 같습니다. 04 - • • • – – – • • • (Feat. 호수) (작사 : 거인 / 작곡 : Yinst.) ‘사실은 모두가 외롭다.’ 아마 제일 검색해서 찾기 어려운 노래 제목 중 하나일 것 같습니다. 제목은 모스부호로 ‘SOS’라는 뜻입니다. 모스부호의 형태를 사운드로 형상화해 비트에 살짝 재현해봤습니다만 다른 사람에게도 그렇게 들릴지는 모르겠습니다. 정신적으로는 ‘하얀’을 계승한 곡이고 처음으로 제가 트랩 리듬의 하이햇을 시도해 본 곡입니다. 보컬 위주의 곡이 됐으면 했고 듣기에 안정적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피쳐링은 믿고 맡겨온 ‘호수’에게 부탁했고 흔쾌히 먼 길을 달려와 녹음해주었습니다. 비트 제작부터 앨범 완성까지 높은 확률로 타이틀곡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곡이었고 그 생각이 바뀌지 않았기에 타이틀곡으로 정했고 결과적으로 앨범 커버 디자인의 방향성에도 많은 영향을 미쳤습니다. 05 – 1159 (작사 : 거인 / 작곡 : Yinst.) ‘사람은 전부 죽는다.’ 비트를 만들고 가제를 붙일 때 시간이 정확히 11시 59분이어서 1159라고 가제를 붙였고 하루가 끝나기 직전인 시간이니 삶이 끝나는 죽음에 관한 주제로 가사를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대로 본제로 이어진 곡입니다. 사운드적으로 정말 저를 많이 괴롭힌 곡입니다. 킥이 심장소리처럼 들리길 바랐는데 마스터링을 하려고 하면 자꾸 깨져서 답답했고 피아노 사운드는 보컬과 많이 부딪혔습니다. 최선을 다해서 믹싱했지만 의도했던 사운드가 완전히 나온 것 같지는 않아 아쉬움이 많이 남습니다. 원래 가사엔 ‘죽음이 해답이며…’ 라는 가사가 있었는데 마치 죽음을 부추기는 것 같이 들려 ‘죽음이 결말이며…’로 바꿨습니다. 듣는 분들이 죽음을 기억하되 행복과 삶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제 음악은 우울해도 항상 희망이 약간씩은 있습니다. 커버에 대해서도 짧게 얘기해보자면, 이번 앨범 커버 디자인은 ‘하얀’의 커버도 디자인해줬던 ‘고한솔’ 디자이너에게 맡겼고 멀리 호주에 있는 와중에도 멋진 아트워크를 완성해주었습니다. 기본적으로 타이틀곡인 ‘• • • – – – • • •’ 트랙의 느낌에 기반해서 멀고 외로운 느낌의 색감과 이미지를 만들어주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전 음악을 만들면서 저만의 작은 우주의 소리를 디자인한다는 느낌으로 한 적이 많은데 그런 얘기를 나눈 적 없음에도 디자이너의 손길을 통해 그 영감이 형상화된 것 같아 의미 있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