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란 곡으로 인상적인 데뷔식을 치룬 이후 그녀는 조금씩 조금씩 대중들의 마음을 움직여왔다. 그리고 다섯 번째 앨범인 본작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 때'를 내놓으면서 그녀 자신의 음악 경력이 절정에 이르렀음을 의심 없이 내보이고 있다. 나지막이 속삭이는 보컬과 단촐한 피아노 반주, 맑게 울리는 어쿠스틱 기타로 시작되어 포크 발라드가 전개될 것임을 예상케 했던 당신은 노래가 후반부로 넘어가는 순간 당신의 귀를 의심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끝까지 다 듣고 났을 때는 허무함에 잠깐 멍해질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멍함은 다음에 이어질, 당신의 마음을 달래줄 '나의 외로움이 널 부를때'로 위로받을 수 있을 것이며 뒤어어 들려지는 '스파이더 맨'과 'TV, 돼지, 벌레'는 품위있는 모던 록으로 깔끔한 뒤처리를 책임진다. 장필순 표 포크인 '풍선'과 나른함과 경쾌함이 동시에 살아 있는 '빨간 자전거 타는 우체부', 다시 격렬하기 시작한 '넌 한상' 등 모든 곡에 대한 조동익의 섬세한 편곡은 놀라울 뿐이다. 또한 다섯 곡의 작곡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 장필순은 윤영배나 조동익에 비해 뒤떨어지지 않는 송라이팅 솜씨를 선보이기도 한다. 첫 곡 에서부터 충격적으로 느껴지는 묘하게 떠 있는 사운드, 총명하고도 빠른 작곡, 섬세한 가사, 직선적이면서도 결이 나눠진 장필순의 목소리는 이 음반에서 흠결 없이 이어졌다. 초월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것.. 이렇게 멋지게 공존하고 있어도 되는 것일까? 장필순 음악의 절정, 당신에게도 그 감정의 절정을 유도하기에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