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歌曲
- 时长
简介
신중현이 픽업했던 여러 여가수들 중에서 지연은 알려진 것이 별로 없다. 지연을 얘기하기 이전에 반듯이 언급해야 할 사람은 김추자의 전 매니저였던 국가대표 레스링 선수 출신인 소윤석이다. 그는 1969년 김추자의 데뷔음반에서 '소야 어서가자' 등 3곡을 부르면서 신중현과 인연을 맺었다. 이후 소윤석은 노래를 부르는 가수보다는 김추자의 매니저로서 가요계에 종사하게 된다. 그는 1972년 김추자와의 모종의 사건 이후 1973년 새로운 여가수 지연을 발탁하여 그녀의 매니저로 가요계에 복귀한다. 이미 톱가수 김추자를 겪어봐서 여러모로 눈높이가 높았던 소윤석이 지연을 발탁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었다. 지연은 한양여고와 서라벌예대를 거치며 무용을 전공했다. 문공부주최 전국민속예술제 등에서 16회나 입상경력이 있는 그녀는 1971년엔 민속무용단의 일원으로 미국에 건너가 공연을 갖기도 했다. 거기다가 당시로서는 큰 165cm의 늘씬한 키에 미모까지 갖추었는데 노래실력만 좀 못 미치는 것 빼고는 김추자와 비슷한 조건이었다. 소윤석은 자신의 해병대 동기에게 동생 김지연을 소개받아 1973년 초부터 신중현에게 보컬 트레이닝을 받게 했다. 신중현은 가수로서 그녀의 재능을 발견하고 1973년 5월 25일 첫 앨범「지연」(유니버살, KLS-65)을 발매하게 된다. 44년 만에 재발매된 바로 이 음반이다. 이미 김추자의 매니저를 경험한 소윤석은 그만큼 인맥도 넓었을 것이다. 당시 가요계의 흥행보증수표로 떠오른 신중현에게 곡을 받을 수 있었고 또한 자신의 로비력으로 1973년 5월 19일에 TBC-TV의 인기 주말 쇼프로 '쇼쇼쇼'에 지연을 출연시켜 음반에 수록된 '그대 있는 곳까지'를 미리 부를게 할 수 있었다.(일간스포츠 73.5.19, 아리랑 73.7, 176p) 이 음반이 처음 발매된 1973년 신중현의 주변상황을 살펴보자. 1971년부터 이어오던 밴드 더 맨을 1973년 초에 해체하고 5인조의 엽전들을 결성한 그는 아직 밴드의 공개적인 활동이나 음반취입을 못한 채 1973년을 보내고 있었다. 밴드활동에 비해 신중현은 다른 가수들에게 곡을 주어 음반을 취입시키는 비즈니스 활동은 상당한 성과가 있었다. 이용복과 시각장애인 학교에서 같은 밴드를 했던 윤용균의 독집음반을 1973년 5월 4일(유니버살, KLS-61)에, 차현아의 독집을 1973년 5월25일(유니버살, KLS-67)에, 또한 김정미의 연이은 걸작음반 두 장을 1973년 11월 2일(「바람」, 유니버살, KLS-76)과 1973년 12월(「Now」, 성음 SEL-100023)에 발매했다. 그러고 보면 1973년은 신중현이 1969년부터 1972년에 이르기까지 펄시스터즈와 김추자에 이어 새로운 솔로가수들을 데뷔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한 해로 볼 수 있다. 이런 배경을 염두에 두고 음반의 내용을 들여다보자. 총 7곡이 수록된 앨범의 앞면은 지연의 솔로곡들이고 뒷면은 연주를 맡은 더 맨의 곡으로 구성되어있다. 이런 앞뒷면의 편성방식은 장현과 더 맨, 윤용균, 차현아의 음반에서도 이미 반복되어 사용되는 것이다. 즉 연주와 노래, 솔로와 그룹이 서로 대등한 관계를 이루며 음반의 다양한 음악세계를 보여주는 신중현의 방식이다. 연주를 맡은 밴드가 더 맨이라고 보는 이유는 1973년 말까지 발매했던 김정미의 모든 음반의 연주를 더 맨이 담당했었고, 더 맨에서 사용되었던 오보에 연주가 지연의 음반에서도 등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연의 음반을 위해 새롭게 작곡된 곡은 '그대 있는 곳까지' '소같은 사나이' '처음 보는 순간에' 3곡에 불과하다. '나만이 걸었네'는 1969년 김상희 음반에 먼저 수록되었고 '미련'은 임아영, 김추자, 장현 등 여러 가수가 이미 취입한 바 있다. 뒷면에 수록된 11분 34초의 롱버전인 '안개속의 여인'은 1972년「장현과 더 맨」에 먼저 발표한 곡이다. 또한 뒷면의 '그리운 그님아'는 1964년 애드포 음반에 처음 수록되었다. 이런 사실을 고려하면 이 음반을 통해 지연이 거둔 음악적 성과는 그리 크지 않다는 느낌이다. 신중현이 프로듀스했던 펄시스터즈, 김추자, 이정화, 김정미 등의 음반이 가수의 이름으로 기억되는 이유는 그들이 비록 신중현의 지도를 받으며 신중현의 곡을 노래했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자신의 보컬의 매력으로 음반을 장악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음반에서 지연의 보컬은 신중현의 지도를 충실히 따라가는 정도에 머물고 내재된 자신만의 개성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또한 같은 시기에 발매된 윤용균과 차현아의 음반은 화려한 사이키델릭 풍 또는 신중현의 작편곡 음반임을 암시하는 재킷 이미지라도 있지만 지연의 음반재킷은 평범하다. 그럼에도 이 음반이 음반수집가들의 수집 욕을 자극시키며 수백만원의 고가에 거래되는 이유는 실체를 보기 힘든 희귀함 때문이다. 또한 뒷면에 수록된 롱 버전의 '안개속의 여인'과 '그리운 그 님아'의 존재도 한 몫 한다. 특히 '그리운 그 님아'에서 간결하고 탄탄한 신중현의 기타연주와 직접 들려주는 샤우팅한 보컬 그리고 오르간과 기타가 주고받는 애드립이 좋은 음악에 목마른 청자의 갈증을 달래주기에 충분하다. 음반발매 이후, 소윤석과 김지연은 연인관계로 돌입했고 결혼에 이른다. 김지연은 1974년에「김지연」이라는 독집을 발매하는데 이 음반은 신중현이 도와주었던 다인종 밴드 골든 그레입스의 멤버였던 함중아가 주도했다. 그는 밴드 리바이블 크로스를 결성해 김지연을 추가시켜 앞면은 김지연, 뒷면은 리바이블 크로스의 곡으로 된 음반을 발매했다. 이 방식도 신중현의 음반들과 똑같은 방식이다. 그 음반에서 리바이블 크로스의 연주는 신중현 밴드의 색깔이 짙지만 김지연의 보컬은 변모를 보여준다. 1973년 신중현의 지도로 발매했던 이 음반에서는 목소리를 좀 띄워서 내지만 1974년 차기작에서는 단단하고 힘 있는 보컬을 보여주며 자신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다. 김지연이 어떤 연유로 음악활동을 중단했는지는 모르나 함중아가 1980년대 초반에 자신의 시대를 맞이했듯이 계속 활동을 했으면 좋은 가수로 흔적을 남겼을지도 모른다는 아쉬움을 갖게 한다. 이 음반의 44년만의 재발매는 신중현사단의 베일에 가려진 여가수인 지연의 존재를 온전하게 지금의 대중에게 재발견해 소개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글=대중음악저술가 김형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