简介
낯선 아름다움, 혹은 찾아가고 싶은 서정 - 예인 [5] 예인이라는 음악가를 알게 된 것은 2016년 초였다. 당시 마스터클래스, 달리, 유즈마인드라는 음악가와 함께 토끼굴에서 공연한다는 정보를 마스터클래스라는 음악가의 SNS 창구를 통해 알게 되었고, 예인은 누구일까 관심이 생겼다. 비록 당시 공연은 제대로 보지 못했지만, 나에게 예인은 세상이 하는 음악에서 벗어나 다른 세상을 만들고 있는 사람이었다. 비록 사운드클라우드나 SNS와 같은 개인적인 창구를 통해 자신의 음악, 커버 음악을 선보였던 예인이지만 목소리 자체만으로도 새로운 분위기를 만들었고, 치열하게 유행과 흐름을 좇던 당시의 나를 환기해줬다.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음악, 그중에서도 과거의 음악을 뒤적이게 했다. 예인의 여러 커버 곡은 원곡과는 다른 새로운 분위기를 전달했고, 그렇게 그 음악가에게 자연스럽게 매료되었다. 예인이라는 음악가는 그 전부터 음악을 했다고 한다. 하와이와 서울을 오갔던 예인은 두 가지 공간이 주는 감성을 모두 전달했다. 정확하게는 두 가지 정서를 온전히 한 작품 안에 담아낼 줄 알았다. 그 능력은 이번 앨범 [5]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난다. 누군가는 서울의 정서를, 누군가는 이국적인 정서를 먼저 받아들이겠지만, 그의 음악을 들을수록 받아들이는 풍경에는 한 곳의 정취만 있지 않다. 나이가 어느 정도 있는 사람이라면 그의 음악으로부터 신중현 씨가 열었던 70년대의 모습 속 김추자, 김정미, 한영애와 같은 보컬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며 유행을 좋아하는 분들은 로우파이한 질감이 주는 익숙함이나 흥미로운 팝 음악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다. 예인의 음악 속 쟁글쟁글한 기타와 독특한 공간감은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때로는 사이키델릭 사운드와 드림팝에 가까운 사운드스케이프를 선보이다가도 리드미컬한 반전을 선보이는 예인의 이번 앨범 [5]는 CD에서만 들을 수 있는 “Livy”를 제외하면 앨범 이름처럼 총 다섯 곡으로 구성되어 있다. 그중 시작을 알리는 “Track 01”과 마지막 트랙 “Surround”는 해가 뜨며 하루가 시작되고 해가 지며 하루가 끝나는 것처럼, 그래서 다시 마지막 트랙을 들은 뒤 다시 첫 트랙을 들으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으로 구성되어 있다. 실제로 그는 두 곡을 같은 날에 만들었다고 하며, 그래서인지 두 곡이 담은 결이 더욱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느낌을 준다. 이처럼 한 사람의 하루를 보여주는 듯한 다섯 곡은 대부분 예인이 직접 작사, 작곡했으며 “Rose of Sharon”은 프로듀서 Pleyn이, “Breath”는 Masterclass가 함께 만들었다. 두 곡은 과거 예인이 밴드캠프, 사운드클라우드 등에 다른 버전으로 업로드한 바 있는데, 이번 앨범에서는 새로운 편곡을 더해 완성도도 높였다. 타이틀곡 “Rose of Sharon”의 뮤직비디오는 gabworks의 이행갑, 최윤정 감독이 맡았다. 백현의 “바래다줄게”, 프롬의 “봄은 겨울이 꾸는 꿈”을 비롯해 OFFONOFF, 딘, 지코, 혁오와 함께 작업해 온 이행갑 감독은 이번 작품을 통해 예인과 새로운 느낌으로 호흡을 맞췄으며, 곡이 지닌 감성은 물론 시각으로 표현되었으면 하는 결을 아름답게 표현해냈다. 이 뮤직비디오 외에도 “Surround” 뮤직비디오를 또 한 번 선보일 예정이며, 예인은 앞으로 공개할 이 작품을 두고 “영상으로 연주해주는 느낌”이라고 설명했다. 외에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 CD를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 6번 곡 “Livy”에 관한 약간의 힌트를 두자면, 이 곡은 특별한 누군가를 위해 그 자리에서 즉흥적으로 만든 곡이며 그 자리에서 완성된, 그만큼 의미와 아름다움을 모두 지닌 곡이다. 예인은 “시간이 지나도 촌스럽거나 어색하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그 결과 직접 아트워크를 제작하기도 했다. 실제로 예인의 음악은 과거와 친밀하면서도 미래와 가까운 아이러니함을 지니고 있고, 특별한 수사나 꾸밈이 없어도 그 자체로 아름답다. 작품이 가진 성격이나 온도 자체가 아마 많은 이들에게, 특히 음악을 좋아하는 이들에게 이슈가 되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다. 그것이 내가 예인이라는 음악가를 발 벗고 나서 추천하는 이유다. 블럭(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