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입생이었던 나는 같은 학과 한 여자 후배를 몰래 바라봤었다. 같은 수업이 있을 때면 강의실 문을 열고 친구들에게 인사하며 들어오는 그녀는 예쁘기만 할 뿐이었다. 같은 강의실에서 같은 수업을 같이 듣는 그녀를 보며 한 학기를 보냈었다. 평소에는 밝기만 하던 그녀가 하루는 기분이 별로인지 친구들 틈 사이에서 어색한 웃음만 지어 보이던 날에는 괜히 자꾸 눈길이 갔었다. 나와는 얼굴은 서로 알고 있지만 친하지는 않았고, 눈인사만 하는 정도의 사이였다. 친하게 지내고 싶었지만 따분하고 재미없는 내 모습을 알게 되면 실망할까 봐 용기를 내지 못했다. 내가 안 보는 사이 그녀는 무엇을 하면서 보내는지 궁금하기만 할 뿐이었다. 어느 나른 한 하루, 여느 때처럼 강의실 창가에 앉아 강의를 듣던 나는 친구들과 웃으면서 어디론가 가는 그녀를 봤었다. 그 모습이 왜 그렇게 밝고 예쁘게만 보였었는지 지금도 그날 창가로 봤던 그녀 모습을 떠올리면 괜스레 기분이 좋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