简介
딥그레이의 음악은 일종의 고고학이다. 발명보다 발견에 가깝다. 일상이 남긴 너저분한 유물을 증거 삼아 자아의 역사를 탐구한다. 드라마틱한 전개가 돋보이는 첫 번째 곡 ‘후회’는 우리가 살아가며 반복하는 후회스러운 행동에 대한 분노와 연민, 그 복잡한 심경을 담은 곡이다. ‘내안의 너’는 제프 버클리를 떠오르게 하는 몽환적인 섹션이 인상적인 곡으로 내 안의 또 다른 자아에게 지배당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묘사한 곡이다. 마지막 곡 ‘리얼리스트’는 옳고 그름의 가치 기준이 모호해진 현대사회에서 겪는 혼란과 정체성 상실을 그린 곡으로 거친 숨소리의 독특한 샘플링이 곡의 전체 인상을 리드한다. 앨범 자켓은 웹툰 작가 강형규의 표현으로 타이틀 곡 ‘내안의 너’를 이미지화 시켰다. 사운드는 전작보다 한층 무거워졌지만 딥그레이의 시선은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았다. 때론 숨기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는 나의 본질, 거짓으로 포장할수록 더 탁해지고 짙어지는 나의 이면, 그것에 대한 솔직한 고백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