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歌曲
- 时长
简介
허민, Vanilla Shake. 허민, 성실함으로 상쾌함을 노래하다. 2003년, “사랑은 했는지”란 곡으로 획득한 유재하 음악 경연대회 대상 수상자라는 타이틀로 그녀는 우리 앞에 다가 왔다. 하지만 그 빛나는 타이틀은 마치 양날의 검과도 같은 것이어서 그녀가 독립된 자아를 간직한 한 사람의 뮤지션으로서 반드시 벗어야 할 굴레이기도 했다. 이후 햇수로 3년이 지난 지금, 그녀는 잘 숙성된 열곡의 트랙이 담긴 앨범 Vanilla Shake을 우리 앞에 내놓았고 자신의 한계를 멋지게 넘어섰음을 증명하고 있다. 수많은 공연 활동을 통해 더욱 더 갈고 닦여진 피아노 연주는 이 앨범 전체를 주도하는 강력한 축이며 작지만 손에 꼭 잡히는 맑고 투명한 손거울처럼 아름답게 세상을 비추어 낸다. 모두가 똑같은 목소리로 노래하고 똑같은 몸짓으로 춤추는 R&B와 댄스음악의 세상에서 그녀의 목소리는 마치 화장기 없는 맨 얼굴의 깨끗함과 담백함처럼 듣는 이의 귀에 안착하며 들을 때마다 끊임없이 새로운 감성들을 제공하는 놀라운 힘을 지니고 있다. 재즈와 블루스 그리고 락이 절묘하게 비벼내어진 이번 앨범에서 고스란히 드러나는 그녀의 음악만들기 실력과 함께 일상의 언어로 아름다운 시를 빚어내듯 써내려간 가사는 때론 잔잔하게 또 때로는 눈물겨운 가운데 세상을 넉넉하게 관조하는 유머러스함도 동시에 간직하고 있어 그녀의 음악성에 신뢰를 더하게 한다. 이러한 신뢰는 그저 타고난 재능이 아닌 열심히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에게서나 느낄 수 있는 삶의 향기와도 같은 것이다. 햇살 좋은 아침처럼 상쾌한 그녀의 목소리 이면에서 자신의 삶 전체의 무게를 걸고 음악에 임하는 한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진지한 내면과 성실성을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고른 완성도를 자랑하는 열곡의 수록곡들로 알차게 채워진 이 앨범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전자 음악의 장인들이 모여 만든 실력파 밴드 W의 김상훈과 주목받는 신예 기타리스트 김정환과 같은 이들이 세션으로 힘을 더해 때론 꿈틀대는 리듬과 화려한 사운드로 때론 정중동의 노련함으로 꾸며져 있는 전반부 그리고 허민 스스로 비단을 짜듯 촘촘하게 엮어 낸 피아노 연주가 중심이 된 후반부로 나눌 수 있겠다. 그녀의 목소리와 연주는 어느 한곳으로도 치우침이 없는 절묘한 균형감각으로 이 앨범을 완벽하게 통제하고 있다. 이 균형 감각이야말로 그녀의 음악이 지닌 가장 큰 미덕이며 비로소 세상의 흔해 빠진 음악과 차별 짓는 결정적 요소가 아닐까 한다. 추운 겨울을 견뎌 낸 새봄의 하늘로 흩날리는 꽃가루 같은 그녀의 음악들이 당신의 귀로 날아와 마침내 당신의 마음에 저마다 고운 싹을 틔우기를 기대한다. * 앨범 수록곡 1. 어처구니가 없네. 앨범의 시작을 알리는 경쾌한 분위기의 노래. 확고한 자아와 자신만만한 내면을 갖춘(어찌 보면 콧대가 지나치게 높은) 사람이 문득 사랑에 빠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고 당황하는 내용의 가사다. 이런 이들의 사랑에 대한 감정은 주변인들에겐 그저 귀엽고 유쾌하지만 정작 당사자인 본인들에겐 너무나 심각한 법이다. 사실 그래서 더 재미있는 일이지만 말이다. 그 미묘한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묘사한 이 곡의 가사는 그래서 더욱 사랑스럽고 그녀의 목소리는 명배우의 훌륭한 연기를 보는 듯 멋지게 곡과 어우러진다. 화사한 멜로디와 차분한 리듬감으로 시작된 초반과 강렬한 멜로디 그리고 화려한 리듬감으로 구성된 중반부를 멋지게 대비시킨 곡이다. 치밀한 곡 구성을 통해 허민의 작곡실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그야말로 완벽한 첫 번째 트랙이다. 2. Shake Song 박진감 넘치는 섹션으로 시작하는 이 곡은 싱어송라이터 로서 허민이 가진 재능 뿐 아니라 그녀가 얼마나 충실한 연주자인지도 우리에게 인지하게 한다. 여성의 감성이라고는 도저히 믿기 어려운 호쾌한 피아노 연주는 시종일관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W의 김상훈이 연주해 낸 두텁고 안정적인 베이스 라인이 탄탄하게 받쳐주는 리듬 속에 그녀의 목소리가 한줄 시원한 바람소리로 불어온다. 넘치는 재능과 실력을 닳고 닳은 방식이 아닌 이토록 풋풋한 감성으로 표현해내는 그녀의 음악적 미덕이 뮤지션으로서의 신뢰를 더해준다. 3. 강남역 6번 출구 앞 연신 시계를 훔쳐보며 사랑하는 사람을 기다리는 상황의 묘사가 돋보인다. 자칫 가볍고 유치할 수 있는 상황들을 그녀는 멜로디의 고저에 실어 깔끔하고 담백하게 우리의 마음에 전해주려 애쓰며 그것은 더욱 짙은 아련함과 쓸쓸함으로 우리의 마음에 작용 한다. 이 신인답지 않은 노련함이야말로 그녀가 가진 가장 큰 음악적 자산이며 여타의 뮤지션들과 그녀를 차별 짓게 하는 그녀만의 가치이다. 정신없이 복잡한 세상의 모퉁이에 쓸쓸히 서서 저마다 오지 않을 누군가를 기다리며 살아가는 우리 스스로의 모습이 투영된 듯 멜로디와 가사 마디, 마디마다 눈물겨운 아름다움이 가득 배어있다. 4. 아침이 좋아. 정중동의 리듬 패턴 위로 그녀가 펼쳐내는 건반악기들의 다양한 사운드가 과함이 없는 아기자기함으로 귀를 즐겁게 한다. 잘 마른 낙엽을 밟듯 바삭바삭한 질감을 선사하는 간주의 어쿠스틱 기타도 듣기 좋다. 언젠가 자신도 모르게 문득 일찍 잠이 깬 그 아침의 상쾌함과 고요함을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열심히 세상을 산 자들이나 가질 수 있는 여유로 가득 차 있어서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5. Complex 그루브한 리듬패턴과 곡 전체를 주도하는 그녀의 목소리의 조화가 인상적이다. 지루하고 초라한 일상을 벗어나려 애쓰지만 결국 같은 자리를 맴도는 자신을 씁쓸하게 관조하는 가사는 유머러스한 표현들로 가득 차 있다. 허민의 이러한 가사쓰기의 방식은 또래의 젊은이들에겐 마치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만든 게 아닌가 하는 일종의 일체감마저 주게 되는데 이것이야말로 그녀가 가진 음악적 미덕 가운데 가장 중요한 한 부분일 것이다. 그것은 일상의 궁상맞음조차 사랑스러움으로 바꿔버리는 묘한 마력을 가지고 있다. 빠르게 발음되는 감칠맛 나는 멜로디 라인은 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는 종류의 것이어서 계속 리플레이 버튼을 누르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을 확신한다. 6. 보석 같은 일렉트릭 피아노 반주를 뒤로 그녀의 목소리가 가진 매력이 마치 정면 승부를 걸어오는 듯 자신만만하게 펼쳐진다. 변함없는 사랑을 노래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멜로디 안에서 다채롭게 비상하고 그녀가 연주하는 피아노 소리는 때론 감미롭게 때론 힘차게 연주되며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다가온다. 후반부에 터져 나오는 자잘한 리듬의 향연은 아름답다는 한마디로 차마 요약할 수 없는 다양한 표정을 보여준다. 이 모든 것을 스스로 조율한 그녀의 음악성이 말 그대로 보석 같은 눈부심으로 가득 차 있는 멋진 곡이다. 7.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 별빛 가득한 밤하늘의 아름다운 풍경처럼 설레이는 사랑을 노래한 이 곡은 “나란히 가는 발걸음”이란 노랫말 그대로 이 음악을 듣는 당신의 감정 선과 거의 동일한 보폭으로 연주되고 노래된 느낌의 잘 짜여진 감동을 선사할 것이다. 어쿠스틱 피아노의 화려한 연주와 그것에 지지 않는 그녀의 목소리는 너무나 꾸밈없이 자연스러워서 노장의 연륜과 신인의 건강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그녀의 모든 곡들에서 확인되어진 마지막을 위해 아끼고 아껴 둔 최고로 아름다운 멜로디 라인은 이곡에서도 엄연히 존재하며 마침내 그 멜로디가 그녀의 입을 통해 노래되는 순간, 이미 감동으로 가득한 당신의 마음이 다시 한 번 뭉클, 흔들릴 거라고 확신한다. 8. I'm lost 앨범 전체 수록곡 중 가장 긴 런닝타임을 가지고 있는 이곡은 5분 7초라는 짧지 않은 시간동안 꼬박꼬박 알차게 그녀만이 가진 매력을 우리의 가슴에 쌓아 놓는다. 쉽고 유머러스하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노랫말은 일상의 언어로 시를 쓴 듯 꾸미지 않은 아름다움으로 가득 차 있다. 유장한 멜로디 라인은 때론 달콤하게 또 때론 씁쓸하게 듣는 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며 모든 감정의 폭을 치우침 없이 전달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이 곡의 존재이유를 충분히 설명해준다. 9. 알면서도 베이스와 드럼의 선이 굵은 비트 위로 블루지한 기타 소리가 따뜻하고 그 사이로 동그랗게 울려 퍼지는 그녀의 목소리가 절묘한 조화를 이룬다. 전곡의 코러스를 직접 소화해 낸 그녀의 목소리는 이 곡에 더욱 다채로운 색깔을 부여하는데 같은 가수의 목소리라고는 도저히 생각할 수 없는 음색의 다양함에 놀라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곡의 가장 큰 매력은 바로 깔끔한 멜로디 라인이다. 대중가요에서 무수히 단순 반복되는 후렴부의 진부함을 살짝 비웃듯 끝부분마다 살짝살짝 변화를 주는 그녀의 노래 만들기 수법은 이 곡에서도 여전히 유효하게 작용해 들을 때마다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올 것이다. 10. 까만 하늘 너의 눈동자는(Piano Ver) 원곡인 7번 트랙을 피아노 반주 하나만으로 새롭게 불러 낸 이곡에서 그녀는 피아노라는 악기가 가진 매력의 최대치를 보여주려는 듯 혼신의 감정으로 건반을 누르고 있다. 이러한 피아노 연주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그녀의 목소리와 상호 상승 작용해 이 곡이 가진 매력의 최대치를 끄집어내고 있으며 끝남과 동시에 다시 첫 번째 트랙을 누르게 되는 현상마저 가져 온다. 그리고 그것은 벌써부터 그녀의 다음 앨범을 손꼽아 기다리게 되는 커다란 기대심리로 당신의 마음을 지배해 올 것이다.